“귀가 막힌 것 같아요…” 검사해도 이상 없다는 귀먹먹함, 진짜 원인은?

안녕하세요. 백록담한의원 입니다,

1. 왜 귀가 ‘막힌 느낌’이 드는 걸까?

어느 날 갑자기 귀가 먹먹해지는 느낌, 겪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소리가 덜 들리는 것도 아니고, 아프지도 않은데 안에서 꽉 막힌 느낌.

환자분들은 흔히 이렇게 말씀하세요.“귀가 바람에 잠긴 것 같아요.”“멀미할 때처럼 꽉 막힌 기분이에요.”“귀 뒤쪽이 땡기고, 안이 울리는 것 같기도 해요.”

이런 증상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요? 감기일까요? 귀가 막힌 걸까요?

2. 이관: 귀와 목을 연결하는, 작지만 민감한 통로

우리 귀 속에는 ‘이관(Eustachian tube)’이라는 가느다란 관이 있습니다.

이건 중이, 그러니까 고막 안쪽 공간과 목구멍을 연결하는 길이에요.

평소엔 닫혀 있다가, 우리가 침을 삼키거나 하품할 때 열립니다.

기내에서 귀가 멍해질 때 껌을 씹거나 침을 삼키면 ‘딸깍’ 열리는 그 구조죠.

이관은 아주 짧고 가느다란 구조지만,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귀 안의 압력이 조절되지 못하고 먹먹해지는 느낌이 발생합니다.

3. 문제는 ‘닫히지 않는 귀’—이관개방증(Eustachian Tube Dysfunction)

흔히 귀가 막혔다고 느끼면 “무언가가 안에서 막고 있는 거 아닐까?” 생각하게 되죠.

그런데 실제로는 이관이 비정상적으로 ‘열려’ 있어서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걸 ‘이관개방증’이라고 부릅니다.

이 상태가 되면, 침을 삼킬 때 귀가 더 먹먹해지고 자기 목소리가 머리 안에서 울리고 정적 속에서 귀가 오히려 더 거슬리게 느껴집니다.

이관개방증은 체중 감소, 탈수, 만성 피로, 과도한 긴장 상태에서 잘 발생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율신경이 예민해진 상태에서 흔히 동반됩니다.

4. 자율신경이 망가지면 귀도 예민해진다

이관을 여닫는 작용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조절할 수 없습니다.

점막의 팽창, 주위 근육의 긴장도, 호흡 리듬 같은 것들이 알아서 조절하죠.

이 모든 걸 담당하는 것이 자율신경입니다.

그런데 스트레스, 과로, 불안, 긴장이 지속되면 이 자율조절이 무너집니다.

귀 주변의 점막과 근육이 과하게 긴장하거나, 반대로 무기력해져서 열리지 말아야 할 때 열리기도 하고, 닫혀야 할 때 닫히지 못하기도 합니다.

5. 단순한 귀 문제가 아니라, 두개안면의 구조까지 연결되어 있다

더 깊이 보면, 이건 단지 귀 문제만은 아닙니다.

이관은 턱관절, 설골, 인두, 경추 근육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 턱을 꽉 무는 습관, 목의 긴장, 나쁜 자세, 삼킴 동작의 이상은 이관의 기능에 바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턱 주변 근육이 과하게 긴장하거나, 설골이 아래로 잘 내려가지 않거나, 목 앞 근육들이 만성적으로 당겨져 있을 때, 귀막힘 증상이 잘 생깁니다.

6. 입을 움직이고 침을 삼키는 작은 동작이 가진 치료적 의미

한의학에는 ‘고치법(叩齒法)’이라는 간단한 자가요법이 있습니다.

이는 치아를 부딪치고, 침을 삼키는 반복 동작을 통해 안면부와 인후부를 자극하는 방법인데요.

놀랍게도 이 단순한 동작이 이관 주변의 미세한 근육을 움직이고 연하 반사를 통해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며 귀 주변의 기혈순환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서양의 비세랄 매니퓰레이션에서도 유사한 기전의 술기가 존재합니다. 식도나 설골의 긴장을 풀고, 턱과 인후를 이완시키는 방식이죠.

7. 귀가 아니라 ‘내 몸 전체가 막힌 느낌’일 수도 있다

귀가 막혔다고 하지만, 환자분들의 표현을 조금 더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귀가 아니라, 안에서 뭔가 정체된 느낌이에요.”

“목부터 머리까지 기운이 안 통해요.”

“전체적으로 막히고, 꽉 조이는 것 같아요.”

귀막힘이라는 건 사실 하나의 ‘신호’입니다.

몸 전체의 순환, 긴장, 자율신경 상태가 엇나간 결과일 수 있죠.

8. 치료는 ‘귀’가 아니라 ‘몸 전체의 조율’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관개방증이든, 귀막힘이든 단순히 귀 안을 살펴보고 끝내는 건 불충분합니다.

환자의 자율신경 상태, 안면부 긴장, 자세, 체력 회복 정도를 모두 살펴야 하죠.

한의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기허’, ‘기체’, ‘담음 정체’로 해석하고 순환을 회복시키고, 구조를 조율하며, 기운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치료합니다.

“귀가 먹먹해요”라는 작고 애매한 증상 뒤에는 꽤 복합적이고 전신적인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그걸 한의학은 놓치지 않고 짚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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