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 가스만 자꾸 차요” 진단도 안 되고, 약도 안 듣는 이 증상… 한의학에선 다르게 봅니다
1. “배에 뭐가 찬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백록담한의원 입니다.
혹시 이런 경험 있으셨나요?
밥을 먹고 나면 배가 불룩하게 올라오고, 방귀가 나올 듯 말 듯 답답하게 차 있고, 뭔가 위에서 자꾸 올라오는 것 같고,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자주 나고요. 변은 잘 보는데… 하루 종일 배가 불편한 겁니다. 이게 계속되면 참 피곤하죠.
이런 증상, 단순한 ‘소화불량’으로 넘기실 수 없습니다. 오늘은 바로 이 증상, ‘가스형 IBS’, 즉 복부팽만과 트림, 방귀 같은 가스 증상이 중심인 기능성 장질환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2. 병은 맞는데, 병명은 없던 증상?
가스형 IBS라는 표현은 사실 정식 병명이 아닙니다. 현대의학적으로는 IBS, 즉 과민성대장증후군 안에 속하긴 하는데요, 일반적으로는 설사형, 변비형, 혼합형으로 나누고, 그 어디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 경우를 ‘비정형형’ 혹은 ‘가스형’이라고 설명하는 겁니다.
“설사도 없고, 변비도 아닌데요… 배가 계속 불러요.”
“트림이 너무 자주 나와요. 회의할 때 민망할 정도로요.”
“방귀가 계속 차 있는 느낌인데, 안 나와서 더 답답해요.”
이게 바로 가스형 IBS의 특징입니다. 식후에 배가 즉각 불러오고, 왼쪽 아랫배나 명치가 묵직하게 눌리는 느낌. 가스는 빠지지 않고 안에 갇혀 있는 느낌. 그리고 긴장할수록 증상은 더 심해지죠. 이런 분들, 꽤 많습니다. 하지만… 진단도, 치료도 뚜렷하게 잡히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3. 왜 이런 증상이 주목받게 됐을까?
사실 예전에는 이런 증상을 “예민해서 그렇다” “신경성이다”라고 넘겼습니다. X-ray에도 안 보이고, 내시경에도 아무 이상 없고, 피검사도 다 정상인데요, 그런데 환자는 분명히 말합니다.
“배에 뭔가 차 있어요.”
“불편해 죽겠어요.”
이런 증상들이 본격적으로 질환으로 다뤄지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이후입니다. Rome 기준이라는 기능성 장질환 진단 기준이 만들어지면서, “겉으론 아무 이상이 없어도, 장이 기능적으로 예민하거나 이상하면 그건 질병이다”라는 개념이 자리잡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어진 건 장내 미생물, SIBO, FODMAP 같은 개념들입니다.
“장 속에서 세균이 지나치게 발효를 일으킨다.”
“탄수화물이 잘 흡수되지 않아서 가스를 만든다.”
“스트레스가 장운동을 멈추게 만든다.”
이런 흐름이 쌓이면서,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니라는 인식이 생긴 겁니다.
4. 그런데… 왜 병원 약은 잘 안 들을까?
여기서 많은 분들이 좌절하십니다. 내과를 가도 딱히 해줄 게 없어요. 위장운동 조절제, 진경제, 위산억제제, 소화제… 뭐 한두 번은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한데, 조금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오고, 어떤 약은 오히려 더 불편해지기도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건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기능의 문제이기 때문이에요. 장이 상처 난 것도, 염증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움직임이 이상하고, 반응이 과민한 거죠.
게다가 이 병은 단지 장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스트레스 받으면 더 심해지죠? 외출하거나 긴장할 때 증상이 확 올라오죠?
→ 이건 장-뇌 연결(Gut-Brain Axis), 즉 자율신경계의 반응입니다.
약은 위장만 조절하지, 몸 전체의 반응 체계를 조절하진 못하니까, ‘먹었는데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는 느낌을 주는 겁니다.
5. 그래서 한의학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한의학은 이런 문제에 대해 “당연히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예를 들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은 간기(肝氣)가 울체되고, 그 기운이 장을 누르니까 가스가 막히는 겁니다.
위장이 약한 사람은 소화가 느려지고, 식적(食積)이 쌓여서 발효가 됩니다. 체질적으로 찬 사람은 비위가 허하고 냉기가 있어서 가스가 아래로 빠지지 못하는 거예요.
환자 입장에서 “왜 그런 증상이 생기는지 설명을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반은 치료가 된 겁니다.
게다가 한의학은 한약, 침, 뜸, 복부 마사지, 식이조절과 생활지도까지 → 총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같은 가스형 IBS라도, 사람마다 원인이 다르니까 → 그에 따라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거죠.
6. 병태별로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가스형 IBS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간기울결형: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로 명치가 답답하고, 트림이 많아집니다. → 시호소간산, 소요산 같은 처방
- 비허형: 밥 먹고 나면 졸리고, 배는 부르고, 설사도 좀 있습니다. → 보중익기탕, 삼령백출산 같은 처방
- 식적형: 구취가 심하고, 트림이 신내가 납니다. → 평위산, 지실도체환 등이 쓰입니다.
- 허한형: 배가 차고, 새벽에 설사를 하고, 방귀가 식은 기운이 납니다. → 이중탕, 향사육군자탕 계열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맞춰서, 침 자리는 다르게 쓰고, 한약도 달라집니다.
7. 이건 단순한 장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방향’ 문제
같은 음식을 먹고도 어떤 사람은 멀쩡하고, 어떤 사람은 배가 터질 듯 불러오는 이유는 뭘까요? 장은 단지 그 사람 몸의 반응을 보여주는 ‘무대’일 뿐이고요, 그걸 움직이는 방향성 – 기운, 자율신경, 체질 – 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장을 조절하는 약으로는 안 되고, 몸의 전체 균형을 조정해주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이게 바로 한의학이 바라보는 가스형 IBS의 치료 구조입니다.
혹시 지금 “식사만 하면 배가 터질 듯 불러오고”, “장 안에 가스가 고여있는 것 같은 느낌”에 시달리고 계신다면, 단순한 소화 문제로만 보지 마세요. 이건 여러분 몸이 보내는 구조적인 신호일 수 있습니다. 한의학적 진단과 접근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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