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편두통, 왜 진통제를 먹어도 낫지 않을까요?
안녕하세요 백록담한의원 입니다.
“요즘은 진통제를 먹어도 머리가 안 풀려요. 한 번 아프기 시작하면 하루 종일…어쩔 땐 아예 눈 주변이 뜨거워지고 숨도 턱 막히는 느낌이에요. 특히 생리 끊기고 나서부턴 더 심해졌어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약으로 조절되던 두통이, 갱년기를 지나면서 약도 안 듣고, 양상도 바뀌고, 가끔은 두통인지 열감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가 되었다는 말.
이런 경우 단순한 편두통의 악화로 보기에는
몸이 보내는 신호가 너무 많습니다.
‘머리만 아픈 게 아니다’
갱년기의 편두통은 에스트로겐이라는 조절력의 붕괴에서 출발합니다. 호르몬이 줄어드는 건 단순히 생리의 종료가 아니라, 염증과 통증을 잡아주던 보호막이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잠을 설친 날, 스트레스를 받은 날, 기온이 뚝 떨어진 날마다 머리가 울리는 이유는 그 자체가 병이라기보단, 몸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말하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약을 먹어도 듣지 않는 이유
편두통 약에는 뚜렷한 기전이 있죠. 혈관을 수축시키거나, 뇌신경 전달물질을 조절하거나. 하지만 문제는, 지금의 몸이 그 약에 반응할 준비조차 되어있지 않다는 겁니다.
몸이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통증 조절 시스템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약이 작용할 수 있는 조건 자체가 깨져 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진통제를 계속 먹다 보면 약물 유발 두통처럼 되레 통증 회로를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한의학에서 보는 갱년기 편두통
한의학에서는 이 증상을 그날 머리가 아픈 게 아니라 “요즘의 몸 상태 전체가 머리를 통해 표현되고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가슴이 자꾸 답답하고 화가 치밀면서 머리가 욱신거리면 → 간양상항
맥이 약하고 기운이 없는데, 오후만 되면 머리가 무겁고 아프면 → 기혈허약
머리는 아픈데 속도 더부룩하고 구역질까지 나면 → 담탁조체
이런 식으로 두통을 통증으로만 보지 않고, 몸 전체의 상태가 드러나는 하나의 창문으로 봅니다.
그래서 어떻게 치료하나요?
치료는 두통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두통이 오지 않는 상태로 몸을 복원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면, 간기울결을 풀어내면 분노감과 뻣뻣한 경추가 함께 가벼워지고, 담열을 정리하면 머리의 열감과 울렁거림이 줄고, 간혈을 보충하면 시야 흐림과 자다가 깰 정도의 두통이 완화됩니다.
침치료는 과민한 신경계를 진정시키고 수면 리듬을 회복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요. 필요하면 한약으로 기혈을 재정비하고, 체질에 맞게 조절력 자체를 회복시킵니다.
“지금 머리가 아픈 게 아니라, 몸이 오래 참고 있던 신호가 이제 멈추지 못하고 터진 걸 수도 있어요.”
갱년기 편두통은 단순한 통증이 아니라, 몸 전체의 조율이 어긋났다는 증거입니다. 진통제를 넘어, 몸의 반응력을 회복하는 전략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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