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불안해지고 도망치고 싶을 때… 공황발작의 전조증상 | 공황장애

1. 공황은 갑자기 터지는 게 아닙니다

안녕하세요. 백록담 한의원 입니다.

혹시 이런 경험, 있으셨나요? 딱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쿵쿵 뛰고, 몸 안에서 무언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면서 “여기서 벗어나야겠다”, “이러다 죽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드는 순간이요.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면, 혈압도 괜찮고, 심전도도 정상이래요. 하지만 몸은 명백하게 비명을 지르고 있죠. 그 순간. 그게 바로 공황발작의 전조일 수 있습니다. 공황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몸은 이미, 조금씩 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던 거예요.

2. 공황의 시작 – 전조 증상이란 무엇인가

공황발작은 외부에서 보기엔 갑작스러운 ‘폭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부에서 천천히 축적된 결과입니다. 처음엔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약간 더 숨이 차고, 잠이 잘 안 오고, 약간의 압박감이나 두근거림이 있었을 거예요.

그게 반복되다가 어느 순간 몸이 스스로 “지금 위기다”라고 판단하면서 교감신경계를 강하게 밀어붙이게 됩니다. 이때 나오는 게 바로 전조 증상이에요. 심장이 빨라지고, 숨이 얕아지고, 복부가 더부룩하거나 메스꺼워지고, 머리가 띵하고, 몸이 낯설어지고,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확신 같은 게 몰려와요. 이건 생각이 아니라 감각입니다. 논리가 아니라 신체 반응이에요. 몸이 먼저 ‘경보’를 울리는 거죠.

3. 병태 해석 – 경계선에 선 몸이

전조 단계는 참 묘한 상태입니다. 정확한 진단은 나오지 않지만, 분명히 일상은 흔들리고 있어요. 이걸 저는 종종 자가면역질환에서의 로우그레이드 염증 상태에 비유합니다. 체온은 정상이지만, 속에서는 계속 열이 나는 듯하고… 검사상 수치는 괜찮지만, 몸은 느끼고 있는 거죠. 공황 전조도 마찬가지예요. 이 단계에서 개입하면 충분히 돌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기다리면 나아지겠지” 하거나 반대로 “불안이 심하니까 약부터 먹자” 하고 넘어가면 오히려 더 깊은 고리에 들어가게 됩니다.

4. 향정약의 딜레마

그 고리에 들어서면 물론 향정신성 약물, 특히 항불안제나 SSRI는 공황 증상을 빠르게 완화시켜줄 수 있어요. 하지만 이게 어느 시점에서 들어가느냐가 중요합니다. 전조단계에서 향정약을 쓰기 시작하면, 몸은 ‘이 불안은 외부에서 끊어주는 것’이라고 학습하게 돼요. 결국은 “약 없이는 못 버티겠어요”, “약 끊으려 하니까 더 불안해져요” 이런 말이 나오게 됩니다. 즉, 조절의 루프가 몸 밖으로 넘어가버리는 겁니다. 그래서 이 시기, 그러니까 공황이 본격화되기 전의 이 ‘흔들림’ 단계에서는 비향정 치료 전략이 가장 중요한 1차 선택이 됩니다.

5. 비향정 치료 – 자율회복의 경로 만들기

비향정 치료는 약을 안 쓰겠다는 주장이 아닙니다. 몸이 스스로 돌아올 수 있는 경로를 만들자는 뜻이에요. 이 시기는 몸이 신호를 보내고, 우리가 그걸 인지하고, 거기에 대응을 훈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비향정 치료의 목적은 세 가지예요. 첫째, 자율신경계의 가소성 회복. 둘째, 감각에 대한 설명과 해석의 복원. 셋째, 예측 가능성과 자기 효능감의 회복입니다.

약 없이도 내가 내 감정을, 내 숨을, 내 맥박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경험. 그게 치료의 핵심입니다.

6. 한의학적 해석 – 기체, 담울, 그리고 치밀어오름

한의학에서는 이 상태를 기체(氣滯), 담울(痰鬱), 기역상충(氣逆上衝) 같은 병리 개념으로 봅니다. 스트레스로 간기가 울체되면 기가 위로 치밀고, 가슴이 답답하고, 트림이 많아지고, 횡격막이 막히면서 숨이 얕아지고 불안이 증폭됩니다. 또 담적이 쌓이면 뇌 안에 안개 낀 것 같은 느낌, 어지러움, 이탈감이 생깁니다. 심비불교형이면 맥박이 올라가고, 복부가 더부룩하고, 잠도 안 와요. 이럴 때는 기순환을 회복하고, 담을 풀고, 심기혈을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갑니다.

처방은 온담탕가미, 가미귀비탕, 사칠탕, 소심온담탕 등 변증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됩니다. 침치료로는 내관, 신문, 백회, 태충, 족삼리 같은 혈자리를 씁니다. 자율신경계의 과흥분을 진정시키고, 얕아진 호흡과 횡격막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7. 회복은 감각에서 시작된다

공황의 전조는 억누르는 게 아니라, 읽는 것입니다. 억제보다 중요한 건 감지고, 반응보다 중요한 건 관찰이에요. 그때 필요한 게 Grounding technique, 복식호흡, 손끝, 발끝의 자극 훈련, 증상 기록: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지속됐는지. 이건 ‘참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나를 조율하는 훈련의 시간이 됩니다.

도망치고 싶을 때, 그건 붕괴가 아니라 신호입니다. 그 순간의 감정,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은 당신이 나약해서가 아닙니다. 그건 당신 몸이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통제해보려고 하는 신호입니다. 거기에 귀를 기울이고, 방향을 잡아주면 우리는 다시 스스로의 몸으로 돌아올 수 있어요.

공황은 절망의 순간이 아니라, 신체가 마지막으로 균형을 되찾기 위해 흔들리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한의학은 그 흔들림을 ‘흐름’으로 바꾸는 언어와 방법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잃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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