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 종류, 이렇게나 다양한 이유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지럼증’에 대해서 좀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특히, 요즘 어지럼증 진단이 왜 이렇게 자꾸 복잡해지고 있는지, 이게 환자한테도, 치료자한테도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조금 길게, 편하게, 그렇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로 풀어보려고 해요.
자, 우선 이런 말부터 해볼게요. 요즘 어지럼증 환자들, 진짜로 예전보다 더 복잡해졌습니다. 예전 같으면“빙글빙글 도는 어지럼이에요” → “아 이석증이겠구나.”“귀가 먹먹하고 어지러워요” → “메니에르일 수 있겠다.”“갑자기 확 어지럽고 쓰러질 뻔했어요” → “전정신경염일 수도 있지.”
이렇게 ‘패턴’만 보고도 어느 정도 진단 방향이 나왔어요.
근데 요즘 환자들은 좀 다릅니다. 이런 얘기를 해요.
- “머리는 안 도는데요, 뭔가 맑지가 않아요.”
- “정신이 멍하고, 중심이 안 잡혀요.”
- “이석증이라고 해서 치료했는데, 지금도 비슷한 느낌이 반복돼요.”
- “카페나 마트 같은 데 가면 갑자기 확 띵해져요.”
이럴 때 진단은 훨씬 애매해집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그 애매함을 기존의 분류 체계로는 설명을 잘 못해요. 그런데 그렇다고 우리가 이런 환자들한테 “신경은 멀쩡하네요, 아무 문제 없어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건… 사실 무책임하죠. 환자들은 진짜로 일상생활이 힘들고, 이 어지럼 때문에 두려움, 불안, 외출 기피 같은 2차적인 문제도 생기니까요.
그래서 이 ‘어지럼증’이라는 현상에 대해 최근에는 아예 새롭게 접근하려는 시도들이 나오고 있어요.
어지럼증의 새로운 이해
예전엔 어지럼증이란 게 거의 ‘귀의 문제’로 이해됐어요. 그러니까 전정기관 — 반고리관, 이석기관, 전정신경 이런 구조들이 이상해지면 사람이 빙글빙글 돈다고. 근데 그 개념만으론 설명이 안 되는 증상들이 너무 많았던 거예요. 대표적인 게 바로 “머리가 돌지는 않지만, 뭔가 띵하다, 멍하다, 불안정하다” 같은 느낌이죠.
이런 증상들이 구조 검사에선 안 잡히니까 과거에는 그냥 “스트레스성입니다”, “신경성입니다” 하고 넘어갔어요. 그런데 요즘은 그런 식의 설명이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뇌는 그렇게 단순한 기계가 아니에요. 특히 감각을 처리하는 시스템은 하나의 기관이 고장나서 어지러운 게 아니라, 여러 감각 신호를 ‘어떻게 통합해서 해석하느냐’에 따라 뇌가 안정감을 느끼기도 하고, 반대로 불균형을 느끼기도 한다는 것이 점점 밝혀지고 있어요.
지속적 자세-지각성 어지럼증 (PPPD)
여기서 등장한 게 바로 PPPD, Persistent Postural-Perceptual Dizziness, 우리말로는 “지속적 자세-지각성 어지럼증”이란 진단이에요.
이건 뭐냐면, 귀 자체는 멀쩡한데, 전정계에서 들어오는 정보, 시각 정보, 몸의 감각 정보 이게 뇌 안에서 조화롭게 정리되지 못하고 계속해서 “뭔가 불안정하다”는 경고 상태로 남아있는 거예요. 그러면 사람이 자꾸 띵하고,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고, 어지럼 자체보다도 그 어지럼이 계속될까 봐 걱정하고, 예민해지고,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다양한 어지럼증과 접근
그런데 이 PPPD만 있는 게 아니에요. 최근 들어 많이 이야기되는 게 전정 편두통, 자율신경성 어지럼증, 시각 민감성에 의한 어지럼증, 브레인포그와 연결된 띵함, 이런 것들이에요.
문제는, 이걸 다 따로따로 구분하자니 너무 복잡하고, 그렇다고 그냥 “원인불명”이라고 퉁치기엔 그 안에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 신경 시스템의 흐름이 있다는 거죠.
복잡한 진단이 치료에 미치는 영향
그럼 여기서 진짜 중요한 질문이 나와요.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나누는 게, 치료에 도움이 되느냐?”
결론부터 말하자면, 네. 도움이 됩니다. 근데 조건이 있어요. 단순히 라벨만 붙이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이 어떤 감각 시스템에서 무너졌는지를 파악하고, 그 시스템을 회복시킬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분류라면, 그건 충분히 가치 있는 진단이에요.
예를 들어,
- 이석증이면? → 이석정복술로 바로 접근하면 돼요.
- 전정편두통이면? → 감각 자극 조절하고 편두통 약 써야 돼요.
- 자율신경성 어지럼이면? → 기립 훈련, 자율신경 안정화가 우선이에요.
- PPPD라면? → 전정 재활, 감각 노출 훈련, 인지치료 같이 복합적 접근이 필요하죠.
즉, 진단은 치료의 입구를 결정해주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주는 거예요.
혼합형 어지럼증과 치료 전략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
현실의 환자들은 거의 다 혼합형이에요. 이석증 + PPPD, 전정편두통 + 자율신경 민감성, 브레인포그 + 감각 과민 + 불안. 다 섞여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어지럼증 치료는 “하나의 병명을 찾아서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시스템이 무너졌는지를 찾아서, 회복 가능한 경로부터 접근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어요.
그래서 이건 더 이상 “이 병은 뭐예요?”라고 물어서 하나의 이름만 얻는 게 아니라, “지금 내 감각이 어떤 방식으로 왜곡되고 있는가?”를 이해하고, 그 감각을 재조율하는 과정이에요.
어찌 보면 이건 그냥 어지럼증 치료가 아니라 “뇌가 감각을 해석하는 방식을 회복시키는 훈련”이라고 말하는 게 맞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어지럼증 진단이 복잡해졌다고 너무 답답하게 느낄 필요는 없어요. 그 복잡함은 결국, 당신의 상태를 더 정교하게 이해하고, 더 정확한 방향으로 치료를 시작하려는 노력의 결과니까요. 예전보다 확실히 더 복잡해졌지만, 동시에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회복 가능한 시대가 된 것도 사실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 어지럼증의 감각 시스템을 좀 더 구조적으로 분해해서, “이럴 땐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는가”를 함께 나눠볼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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