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아물었는데, 왜 여전히 아픈 걸까요? — 대상포진 후유증의 다양한 얼굴들

1. 발진은 사라졌는데, 통증은 남아있다

대상포진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흉터만이 아닙니다.

“상처는 다 나았는데도 계속 화끈거려요.”

“속옷이 스치기만 해도 아파요.”

“밤에 잘 때마다 찌릿하고 저려서 깨요.”

이건 단순한 신경통이 아니라, 신경의 회로 자체가 변해버린 상태일 수 있습니다.

2. 감각의 루프 — 계속되는 불타는 듯한 통증

가장 흔한 대상포진 후유증은 Postherpetic Neuralgia (PHN)입니다.

많은 환자분들이 “화끈거리면서 뭔가 안에서 타오르는 느낌”이라고 표현합니다. 주로 밤에 더 심해지고, 피부가 멀쩡해 보여도 아픈 상태가 지속되죠.

이는 실제 자극이 아닌, 신경 자체의 과민화에서 비롯된 통증 루프입니다. 신경절의 탈수초화로 인해 C-fiber가 자발적으로 발화하며, 중추신경계가 이를 통증으로 인식합니다.

3. 접촉도 아프다 — 옷이 닿기만 해도 괴로운 이질통

“피부는 괜찮은데, 셔츠가 스치기만 해도 찌릿해요.”

“바람만 닿아도 아프고 간질간질한 느낌이 너무 불쾌해요.”

이런 증상은 이질통(allodynia)으로 불립니다. 실제로는 통증을 유발하지 않아야 할 자극이, 통증으로 잘못 인식되는 현상이죠. 이는 감각 수용체의 역치가 너무 낮아져서 생기는 문제이며, 주로 흉부, 상지, 안면부에서 잘 나타납니다.

4. 무감각과 냉감 — 감각이 사라진 부위, 혹은 차가운 감각

“감각이 죽은 것 같아요.”

“피부가 말랐는데 차갑고, 감각이 둔해요.”

이건 말초감각신경의 손상과 자율신경 조절 실패가 함께 작용한 결과입니다. 손상된 신경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으면, 감각은 마비되거나 냉감으로 나타날 수 있고, 혈류 및 땀 분비 기능도 떨어지며 피부 온도에 대한 민감도도 왜곡됩니다.

5. 피부 회복이 느리다 — 색소침착, 위축, 만성 가려움

“상처는 없어졌지만 자국이 사라지지 않아요.”

“피부가 당기고 거칠어요.”

“긁으면 한참 따갑고 화끈해요.”

피부 손상 이후 재생세포의 정렬과 각질층의 회복이 더디면, 이처럼 색소침착이나 위축이 생기고, 피부 민감도가 높아지면 만성 가려움–긁음 루프가 형성됩니다. 이는 감각신경 회복뿐 아니라, 면역 반응의 잔여 활성, 혈류 공급 부족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6. 신경통을 넘는 전신 반응 — 불면, 우울감, 체온 민감성

“밤에 아파서 자주 깨고, 진통제를 먹으면 생활이 안 될 정도로 졸려요.”

대상포진 후유증은 단지 통증만 남는 게 아닙니다. 지속되는 통증은 수면 루프를 무너뜨리고, 교감신경을 항진시키며, 체온 조절, 감정 안정, 심지어 장운동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장기화되면 신체 회복력 자체가 떨어지고, 우울감이나 피로도 함께 찾아올 수 있습니다.

7. 후유증은 오래 남지만, 회복은 가능합니다

대상포진 후유증은 단순히 피부의 문제가 아닙니다. 감각 역치의 조절 실패, 자율신경계의 탈조절, 감각 루프의 고정화라는 구조적 현상입니다. 그래서 억제 중심의 진통제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감각 회로를 다시 조율하고, 회복 조건을 회복하며,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잡아주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지금 남아 있는 통증은 ‘끝나지 않은 대상포진’이 아니라, ‘회복 루프가 아직 재정렬되지 않은 상태’일 수 있습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고 스스로 감별하는 것, 그것이 회복의 첫 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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