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후유증: 가려움, 통증보다 더 오래 간다?
통증이 사라졌는데 왜 계속 가려운 걸까? 환자분들이 자주 묻습니다.
“물집은 다 나았고, 통증도 없어졌는데… 이상하게 계속 가려워요. 이건 왜 그런 건가요?”
대부분은 단순 피부 가려움으로 생각하고 연고를 바르지만, 이 가려움은 전혀 다른 층위의 이야기입니다. 신경에서 시작된 감각의 오작동, 바로 ‘신경성 가려움’이며, 이것이 대상포진의 후유증일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죠.
오늘은 통증보다도 오래 남을 수 있는 대상포진 후 가려움증의 정체를 깊이 들여다봅니다.
1. 대상포진이 남긴 건 상처가 아니다, 신경이다
대상포진은 단순 피부병이 아닙니다. 몸속에 잠복해 있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ZV)가 신경절을 공격하면서 발생하는, 신경계 질환에 가까운 감염증입니다.
초기에는 물집과 통증이 주된 증상이지만, 병이 가라앉은 뒤에도 신경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습니다. 특히 통각과 가려움을 담당하는 C-fiber 신경섬유가 손상된 이후, 그 회복 과정에서 잘못된 신호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피부는 멀쩡해 보이지만 안에서는 신경이 계속 가려움을 쏘아대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상 감각 증상이 남게 되는 것이죠.
2. 가려움, 왜 긁어도 시원하지 않을까
일반적인 가려움은 피부의 히스타민 반응처럼 외부 자극에 의해 생깁니다. 하지만 대상포진 이후의 가려움은 감각 신경의 재생 도중 생기는 신경성 가려움입니다. 이런 경우엔 특징이 뚜렷합니다.
- 긁어도 가려움이 해결되지 않는다.
- 가려움이 간헐적으로 날카롭게 튄다.
- 감각이 둔한 듯한 부위와 예민한 부위가 섞여 있다.
- 피부에는 병변이 전혀 없다.
심지어는 어떤 환자는 가렵지 않은 쪽을 만졌는데도 반대편이 가렵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는 중추신경계에서 감각 정보를 재해석하는 과정이 어긋났다는 신호입니다.
3.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많은 환자들은 이 가려움이 며칠 지나면 나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지속될 수 있습니다.
초기에 통증이 심했던 경우, 연령이 높거나 면역이 저하된 경우, 가려움만 남아 초기 진단이 지연된 경우, 이런 경우일수록 신경 재생의 오류가 고착화되면서 만성화될 위험이 높습니다. 실제로 어떤 환자는 5년 넘게 같은 부위가 가렵다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가려움은 단순한 불편함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수면을 방해하고, 집중력을 떨어뜨리며, 우울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4. 치료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가장 흔한 오해는, “연고를 바르거나 항히스타민제를 먹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겁니다. 하지만 신경성 가려움에는 이런 치료가 거의 효과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염증이 아니라 신경회로의 혼란이 문제이기 때문이죠.
현재 임상에서 사용되는 치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국소 신경진정제: 리도카인 패치, 멘톨, 프라목신 성분 등
- 신경계 약물: 가바펜틴, 프레가발린, 혹은 저용량 삼환계 항우울제
- 한의학적 접근: 신경의 감각 혼란을 조절하는 풍열형 변증 위주
- 대표 처방: 형방패독산, 소풍산 변형, 가감소요산류
- 치료 혈자리: 대추, 족삼리, 합곡, 혈해 등
치료는 증상이 단순히 피부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중추 감각계의 오작동, 그리고 신경 재생의 탈선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비로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통증만큼이나 주의해야 할 ‘신경의 흔적’
우리는 보통 통증을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대상포진 후유증에서 더 오래 가는 것은 때로 가려움입니다. 긁을 수 없는, 멈출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신경의 흔적.
이 증상을 무시하지 말고, 조기에 정확히 인식하고 대응하는 것이 회복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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