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선 이상 없는데... 미열, 두통, 피로가 반복되는 원인

직장인 B씨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3주 전 앓았던 심한 목감기는 다 나았지만, 이후 전반적인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고 이 증상이 매일 반복된다고 했습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항생제를 다 복용했지만 미열과 두통, 그리고 낮 시간의 기력 저하와 식후 더부룩함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 모든 증상이 단순히 감염 후유증이라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회복되어야 합니다. 항생제와 휴식으로 바이러스를 억제했다면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B씨의 몸은 여전히 회복의 길목을 헤매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의 몸이 보내는 반증 단서입니다.

그렇다면 병명 없이 나타나는 이 복합적인 증상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이 문제를 ‘몸의 자원(氣와 陰) 고갈로 인한 자율신경계의 비상 경보’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최근 한의학계와 현대의학계의 통섭 연구들은 이러한 현상을 인체 시스템의 복합적인 불균형으로 해석합니다. 감염병을 앓는 동안 우리 몸은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와 진액(음, 陰)을 소모합니다. 전쟁 후 폐허가 된 도시처럼, 바이러스는 물러갔지만 몸은 방전된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음허내열(陰虛內熱)’의 관점으로 해석합니다. 음(陰)은 우리 몸의 진액, 혈액, 수분 등 물질적 자원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고갈되자 상대적으로 열(陽)이 들뜨게 되어 미열과 두통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엔진은 과열됐는데 냉각수가 부족해 열이 배출되지 못하는 상태와 같습니다.

현대의학의 관점에서는 이것이 자율신경계 불균형과 관련이 있습니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흥분)과 부교감신경(안정)의 균형으로 우리 몸의 모든 기능을 조절합니다. 밤이 되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쉬어야 하는데, 몸이 회복되지 않고 소모된 상태에서는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낮에는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기력이 없고, 밤에는 쉬어야 하는데도 미열과 두통, 수면 장애 같은 비상 신호가 끊임없이 울리는 것입니다. 이는 그가 호소하는 ‘아침 피로감’과 ‘저녁 미열’이라는 시간적 패턴과도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러한 불균형은 소화기 계통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자율신경계가 교란되면 위장 운동성이 떨어지면서, B씨가 호소하는 ‘물만 마셔도 더부룩함’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몸의 불균형이 전신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방식으로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