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장애 두근거림 원인

1. 그 심장은 망가진 게 아니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요.”
“갑자기 가슴이 쿵쾅거려서 무서워요.”
“혹시 부정맥일까요?”
“이러다 죽는 거 아닐까 싶어요.”

이런 말을 병원에서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심전도, 초음파, 피검사 — 전부 정상. 그럼에도 불안은 줄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심장은 고장난 게 아니라, 몸이 기억한 감각 루프에 갇혀 있는 상태일지 모릅니다.

2. 두근거림은 생리적 반응이다 — 그런데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심장이 뛰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운동을 해도 뛰고, 흥분해도 뛰고, 무서워도 뛰죠. 그런데 불안장애에서는 단순한 가슴 두근거림이 위협 신호로 해석됩니다. 즉, 몸이 반응하고, 그걸 뇌가 감지하고, 그 감각을 다시 “이건 위험하다”고 오해하게 되는 거죠. 이게 반복되면 이런 생각이 생깁니다:

“이러다 큰일 나는 거 아냐?”
“왜 이러지? 나 또 시작이야.”

그리고 그 순간, 심장은 더 빠르게 뜁니다. 이건 단순한 감정이 아닙니다. 감각 → 해석 → 감각의 증폭이 루프가 만들어내는 자기 강화 반응입니다.

3. 루프는 스스로 멈추지 않는다

보통 긴장은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습니다. 그런데 불안 루프에 들어가면 다릅니다. 심장이 뛰는 게 감정의 결과가 아니라, 감정의 연료가 됩니다. 그 감각은 점점 더 예민해지고, 뇌는 그걸 자극으로 받아들이고, 자극은 다시 반응을 불러옵니다. 어느 순간, 사람은 더 이상 생각해서 불안한 게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방식대로 반응하고 있는 것이 됩니다. 이건 뇌를 설득한다고 멈추지 않습니다. 감각을 조절하지 못하면, 생각은 그 감각을 따라가게 됩니다.

4. 인데놀은 감각을 차단해서 루프를 우회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인데놀을 복용합니다. 인데놀은 베타차단제. 심박을 낮추고, 떨림을 줄이고, 교감신경의 표현을 억제합니다. 시험 전, 발표 전, 공연 전에 복용하면 놀랍도록 안정됩니다. 몸이 덜 반응하니, 감각도 덜 자극되고, 루프는 회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표현을 차단하는 약입니다. 불안의 루프 자체, 특히 “내가 느낀 감각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대해서는 작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데놀은 상황이 명확할 때, 단기적 안정에는 유효하지만 루프를 재설계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5. 침과 한약은 감각 자체의 민감도를 낮춘다

그렇다면 침이나 한약은 어떨까요? 이들은 CBT처럼 뇌에서 사고를 바꾸는 방식은 아닙니다. 그 대신, 몸이 느끼는 감각 자체를 바꿉니다. 침은 교감신경의 과활성을 낮추고, 미주신경을 자극해 HRV를 개선하며, 몸 전체의 긴장도를 줄입니다. 한약은 위장 기능을 안정시키고, 심계, 가슴 두근거림, 불면, 떨림을 완화하며 감각 루프가 민감하게 작동하지 않도록 바텀업 구조로 작용합니다. 이건 생각을 설득하는 게 아니라, 몸이 반응하지 않게 만들어서 회로 전체의 민감도를 낮추는 방법입니다.

6. 루프를 끊기 위한 전략은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결국, 이 루프를 끊으려면 감각과 해석 사이의 고리를 동시에 끊어야 합니다. 감각을 억지로 없애려 하지 않고, 감내하고 그 감각이 위험하다는 해석을 점검하며 회피하지 않고, 행동을 유지하며 때로는 몸의 반응 자체를 완화시키는 도움을 받는 것. CBT는 생각을 재구성하고, 인데놀은 감각 표현을 차단하고, 침과 한약은 반응 루프를 이완시킵니다. 이 모두는 결국 ‘한 방향’을 바라봅니다.

“이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몸과 뇌에 동시에 알려주는 작업.

7. 불안은 감정이 아니라 회로다

가슴 두근거림은 우리가 불안해졌다는 신호가 아니라, 불안을 만들어내는 감각 루프의 일부입니다. 그걸 막기 위해선 그 감각을 해석하는 방식, 그 감각이 만들어지는 방식, 그 감각에 대한 반응의 방식 이 세 가지 모두를 조정해야 합니다. 불안은 감정이 아닙니다. 반응입니다. 회로입니다. 습관입니다. 그리고 회로는 다시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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