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 팽만감, 가스, 그리고 검사에선 안 나오는 구조의 문제
1. 입으로 설명하기 힘든 불편함, 복부 팽만
많은 분들이 위장 문제로 병원을 찾을 때, 속 쓰림이나 통증보다도 더 많이 말씀하시는 게 바로 이거예요.
“계속 배가 더부룩해요.”
“조금만 먹어도 가스가 차요.”
“남들 다 조용한데, 제 배에서 소리 날까봐 너무 신경 쓰여요.”
그런데 병원에서 검사를 하면, 내시경도 깨끗하고, 장에 염증도 없고, 다 정상이라고 하죠.
이쯤 되면 환자 입장에서는
“내가 예민한 건가?”,
“진짜 문제가 없는데 내가 과하게 느끼는 걸까?”
이런 생각까지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정상 소견이 나왔다는 게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2. FABD라는 새로운 설명: 통증 없는 팽만감
이런 상태를 설명해주는 최근의 개념이 바로 FABD, Functional Abdominal Bloating and Distension입니다. 조금 길지만 쉽게 말하면, 기능성 복부 팽만/복부 팽창 증후군이에요.
이 개념은 과민성 대장증후군과도 닮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어요. FABD는 복통이 없거나 거의 없고, 대신 배가 팽창되는 느낌, 트림, 장명음, 가스 같은 증상이 중심이에요. 그리고 특히 배변과는 큰 상관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FABD는 최근 Rome IV 기준에서 과민성 대장증후군과는 별개로 독립적인 진단군으로 인정되었고요, 기질적인 이상 없이도 기능적으로 매우 괴로운 증상들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3. “왜 배가 부푸는 걸까?” – FABD의 병리 구조
FABD가 왜 생기는 걸까요? 단순히 가스가 많이 생겨서일까요? 정확하게 말하면, 가스는 생기지만, 잘 빠져나가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대표적인 기전이 있어요. Abdominophrenic Dyssynergia—이건 복부와 횡격막의 조화가 깨진 상태를 말합니다.
보통은 배가 불편하면 복부가 이완되고, 횡격막은 위로 올라가서 복강 내 압력을 줄여줘야 합니다. 그런데 FABD 환자들은 반대로 반응해요. 복부는 긴장되고, 횡격막은 오히려 아래로 눌러요. 결국 장이 압박을 받고, 가스가 더 차오르게 되는 거죠. 이 상태에서는 가스를 만들어내는 음식이 아니어도, 단순히 스트레스, 식사, 긴장 상황만으로도 복부 팽만이 생깁니다.
4. 단순 위장 문제가 아니다 – 자율신경과 감각의 교란
FABD에서 또 하나 중요한 건 감각 과민성, 그리고 자율신경계의 과반응이에요. 같은 장내 소리, 같은 가스량이라도 이런 환자들은 그걸 더 크게, 더 불쾌하게 인식하게 됩니다.
장-뇌 축(Gut-Brain Axis), 그리고 미주신경(vagus nerve) 같은 신경계 회로가 정상보다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평소에는 불편하지 않을 수준의 장 활동조차 신체적 불쾌감으로 연결되죠. 이건 정신적인 문제나 ‘예민한 성격’ 탓이 아니라, 실제로 감각 처리 방식이 바뀐 상태예요.
5. 여기서 등장하는 Visceral Manipulation 이론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장에 좋은 약을 먹거나, 가스가 차지 않는 음식을 피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나오는 개념이 바로 Visceral Manipulation, 내장 조정 요법입니다.
이건 장기 자체를 만지는 게 아니라, 장기를 둘러싼 장간막, 복막, 횡격막, 복벽 근막 같은 구조물들 간의 미세한 긴장, 그리고 운동 패턴의 실패를 수기로 조정하는 기법입니다.
6. 구조의 문제는 흐름의 문제로 연결된다
예를 들어서, 장간막이 미세하게 유착돼 있거나, 횡격막이 항상 하방 긴장 상태라면, 복강 내 압력 조절이 안 됩니다. 이건 단순한 ‘소화기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이자 신경계 통제 실패이기도 하죠.
Visceral Manipulation은 이런 긴장 구조를 손으로 감지하고, 부드럽게 이완해 주는 데 목적이 있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복부 감각 민감성, 가스 정체, 팽만감 같은 증상들이 서서히 줄어드는 걸 목표로 합니다.
7.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이해할 수 있어요
FABD는 단순히 위장에 가스가 많아서 생기는 게 아닙니다. 그 가스를 조절하고, 내보내고, 느끼는 구조, 신경계, 감각 시스템이 서로 맞물려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그 불쾌감이 반복되는 거예요.
그리고 이걸 단순히 ‘정신적인 문제’로 돌리기보다는, FABD라는 정식 진단으로 이해하고, Visceral Manipulation 같은 구조적 접근을 결합하면 많은 부분에서 설명이 가능해지고, 치료의 방향도 달라집니다.
“내 배가 왜 이렇게 부을까.”
“왜 자꾸 트림이나 장 소리가 나서 신경이 쓰일까.”
그런 분들 중에 검사는 늘 정상이고, 약을 먹어도 시원하지 않던 경우라면, 오늘 이야기한 FABD, 그리고 구조적인 원인을 한번 생각해보셔도 좋습니다.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복부 안의 긴장과 흐름, 그리고 신경계와 감각의 반응성, 그 모든 게 함께 연결된 문제일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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