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발이 불타요"...당뇨병성 신경통증, 범인은 따로 있습니다

"밤만 되면 발이 불타는 것 같고, 수천 개의 바늘로 찌르는 것 같아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이불이 스치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15년 넘게 당뇨를 앓아온 68세의 그는 밤이 오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낮 동안 잠잠하던 발의 통증과 저림이, 어둠이 내리면 어김없이 괴물처럼 살아나 그를 집어삼켰다. 병원에서 처방해준 신경병증 약(가바펜틴 등)은 어지럼증만 남긴 채 효과를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최근 당화혈색소(HbA1c)는 8.5%까지 올랐다. 그는 서서히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었다.

왜 당뇨병 환자들은 이토록 끔찍한 신경 통증에 시달리는 걸까? 단순히 혈당이 높아 신경이 '손상'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1. 당신의 신경이 굶주리고 있다


우리 몸의 신경을 '나무 뿌리'라 하고, 우리 몸을 '땅'이라고 상상해보자. 오랜 기간 고혈당 상태가 지속된 몸은 마치 가뭄으로 바싹 마르고 갈라진 '사막의 땅'과 같다. 땅이 메마르니, 땅속 가장 깊숙이 뻗어 있는 뿌리(발끝, 손끝의 말초 신경)부터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고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끔찍한 통증은, 바로 이 '굶주린 신경'이 보내는 절박한 비명 소리다. 단순히 신경이 손상된 것을 넘어,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영양(산소와 혈액)조차 공급받지 못해 죽어가며 지르는 마지막 아우성인 셈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전신적인 영양 부족 및 기능 저하 상태를 **'기혈양허(氣血兩虛)'**라고 부른다. 이는 우리 몸의 에너지(氣)와 물질적 기반(血)이 모두 고갈되었음을 의미하며, '메마른 땅'이라는 비유와 정확히 일치하는 통찰이다.

2. 통증 차단 vs 영양 공급: 완전히 다른 접근


기존의 신경병증 약물들은 대부분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 채널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는 비명 소리가 시끄러우니 신경의 '입'을 틀어막는 방식과 같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통증을 줄여줄 수 있지만, '굶주림'이라는 근본 원인은 해결하지 못한다. 땅은 계속해서 메마르는데, 시든 나무를 지지대로 받쳐놓는 것과 같다.

CASE STUDY: 치료 관점의 전환

하지만 한의학적 치료는 다른 곳을 바라본다. '메마른 땅'에 물을 대고 거름을 주어, 나무 뿌리가 스스로 살아날 힘을 되찾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말초 혈관의 순환을 촉진하여 신경 세포 구석구석까지 영양분을 실어 나르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증상을 억제하는 것을 넘어, 신경이 스스로를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3. 메마른 땅에 단비를 내리는 법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땅'을 비옥하게 만들 수 있을까? 핵심은 기혈(氣血)을 보충하고,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것이다.

1단계: 기혈(氣血) 보충으로 기본 체력 회복

  • 장기간의 투병 생활로 고갈된 몸의 바탕을 채우는 것이 최우선이다. 황기, 인삼, 당귀, 숙지황 등의 약재를 사용하여 소화 기능을 돕고 혈액의 생성을 촉진한다. 이는 마른 땅에 물을 붓는 첫 단계와 같다.

2단계: 말초 순환 촉진으로 신경에 영양 공급

  • 기혈이 어느 정도 채워지면, 계지, 단삼, 우슬 등의 약재를 활용하여 손끝, 발끝까지 혈액이 원활하게 도달하도록 길을 뚫어준다. 이는 나무 뿌리 끝까지 물길을 내주는 과정이다.

3단계: 어혈(瘀血) 제거 및 통증 관리

  • 만성적인 순환 장애는 끈적끈적한 혈액 노폐물인 '어혈'을 만든다. 도인, 홍화 등의 약재로 이를 제거하면 통증이 크게 줄어들고 감각이 회복되기 시작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혈당 관리다. 아무리 좋은 영양을 공급해도, 고혈당이라는 '독'이 계속 땅을 오염시키면 나무는 다시 마를 수밖에 없다. 전문가의 관리하에 생활 습관을 교정하고, 내 몸의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노력을 병행할 때, 비로소 지긋지긋한 통증의 고리에서 벗어날 희망을 찾을 수 있다.

#당뇨병성신경병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