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자주 아파요, 20대 여성 만성 복통

원래 약한 장에 스트레스가 더해질 때

20대 후반의 여성,

그녀는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면접장이 아닌, 자신의 몸 안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제가 원래 소화기가 좀 약한 편이긴 한데요.

스트레스만 받으면 배가 쥐어짜듯 아파요.

화장실을 다녀와도 개운하지가 않고요.”

그녀의 몸은 마치 하나의 오케스트라와 같았다.

평소에도 현악기 파트(소화기)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는데,

중요한 연주를 앞두고 지휘자(감정)가 극도로 예민해지자,

오케스트라 전체가 위태로운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진경제, 유산균, 항우울제: 왜 모든 시도가 실패했나?

지난 2년간의 치료 여정은, 이 불협화음을 잠재우기 위한 눈물겨운 시도들의 연속이었다.

첫 번째 시도는 위장관 운동 조절제인 포리부틴(트리메부틴 말레산염 성분)이었다.

약을 먹으면 쥐어짜는 듯한 통증은 잠시 잦아들었다.

하지만 통증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편안함이 아니라,

'언제 또 아플까'하는 불안감과 여전히 더부룩한 불쾌감이었다.

오케스트라에 비유하자면,

격렬하게 떨리는 현악기들의 활을 억지로 멈춰 세운 것과 같았다.

시끄러운 불협화음은 잠시 멎었지만,

지휘자의 격한 지휘는 멈추지 않았기에,

연주자들은 금방이라도 다시 소음을 터뜨릴 듯 위태롭게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두 번째 시도는 프로바이오틱스였다.

낡고 삐걱거리는 현악기들의 활을 새것으로 바꿔주려는 노력과 같았다.

하지만 연주자들이 받은 악보 자체가 이미 혼란스러웠기에,

좋은 악기는 큰 의미가 없었다.

마지막 시도는 저용량 항우울제였다.

이는 연주회장 전체에 은은한 안정제를 뿌리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지휘자의 내면에서 휘몰아치는 폭풍을 잠재우지는 못했고,

지쳐있는 연주자들(소화기)을 일으켜 세우지도 못했다.

'불안해서 배가 아프다'는 결정적 증언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던 그때,

그녀의 한마디가 탐구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배가 아프기 전에 항상 먼저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이 먼저 들어요.”

이것은 결정적인 단서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가 아파서 불안하다’고 말하는 반면,

그녀는 ‘불안해서 배가 아프다’고 증언했다.

문제의 시작이 연주자(장)가 아닌,

‘지휘자(뇌/감정)’에게 있음을 스스로 밝혀낸 것이다.

지친 연주자(脾胃)와 격정적인 지휘자(肝)

이 오케스트라의 총체적 난국은

'비기허를 겸한 간기울결(脾氣虛 兼 肝氣鬱結)'이라는 이름으로 명확히 드러났다.

이는 ‘지휘자’만의 문제도, ‘연주자’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애초에 기초 체력이 약하고 낡은 악기를 든 ‘지친 연주자들(비위허약)’을,

취업이라는 무대의 압박감에 짓눌린 ‘격정적인 지휘자(간기울결)’가

거칠게 몰아붙이는 상황이었다.

지휘자의 불안이 연주자들의 허약한 지점에서

통증이라는 불협화음으로 폭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주자를 북돋고 지휘자를 달래는 지혜

그렇다면 해결책은 명확하다.

지휘자와 연주자,

어느 한쪽이 아닌 둘 모두를 동시에 돌봐야 한다.

한의학에서 이러한 상황에 사용하는

‘향사육군자탕(香砂六君子湯)’이라는 처방의 지혜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치료는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째, 수석 튜너가 지친 현악기 연주자들의 기운을 북돋우고(인삼, 백출),

연주회장의 눅눅하고 차가운 공기를 향기롭게 데워(사인)

최상의 컨디션을 회복할 환경을 만들어준다.

둘째, 동시에 부지휘자가 격앙된 지휘자를 진정시키고(향부자)

지휘봉의 리듬을 되찾도록 돕는다.

연주자들이 힘을 되찾고 지휘자가 안정을 찾자,

비로소 오케스트라 전체가 조화로운 하모니를 되찾게 된다.

이처럼 원인 모를 복통은,

내 몸의 지친 연주자들이 보내는 구조 신호이자,

불안한 지휘자가 내지르는 비명일 수 있다.

그 둘의 목소리에 함께 귀 기울일 때, 비로소 고통의 연주는 멈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