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한약은 뭐가 다를까요?
안녕하세요 백록담한의원 입니다.
1.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
아토피 피부염으로 오래 고생해오신 분들이 한의원에 오셨을 때, 가장 많이 하시는 말이 있습니다.
“연고 발라도 소용없어요. 뺏다 붙었다 반복이고, 약 먹어도 그냥 똑같아요.”
“가려움도 문제지만 진물이 줄줄 나고 잠도 못 자요.”
“체질이 안 맞아서 그런 건가요?”
“이거 스트레스 때문에 그런 걸까요?”
이 질문들을 받으면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그건 아토피가 아니라, 당신의 아토피입니다.”
아토피란 진단명은 같지만, 그 안에서 몸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한약 치료는 병명보다 병태, 즉 몸이 어떤 방식으로 무너졌는지를 중심으로 치료 설계를 합니다.
2. 한의학은 어떻게 다르게 보는가
양방에서는 아토피를 염증으로 보고, 그 염증을 억제하는 데 집중합니다. 반면, 한의학은 왜 그 염증이 반복되느냐에 초점을 맞춥니다.
몸에 습이 많은 사람은 진물이 많고, 열이 많은 사람은 붉게 달아오르며 따갑고 화끈합니다. 기혈이 부족한 사람은 피부가 거칠고 하얗게 일어나며 만성적으로 가려움을 호소하죠. 간이 울체된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심해집니다. 같은 아토피라도, 보이는 모습은 같아도 내부 병태는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이것이 한약 치료가 개인맞춤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3. 증상 유형별 치료 전략
① 진물이 흐르고 붉게 덧나는 습열형
이런 분들에게는 황백, 용담초, 치자같은 약재가 주로 들어갑니다. 몸의 열과 습기를 동시에 내려주고, 진물 같은 분비물을 줄이는 데 탁월합니다. 가려움도 자극보다는 진정에 집중합니다.
② 화끈거리고 따가운 열독형
금은화, 연교, 자초를 중심으로 피부의 열독을 식혀주는 방향으로 갑니다. 밤이 되면 열이 몰리며 가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런 야간 소양감에 특히 효과가 좋습니다.
③ 건조하고 하얗게 일어나며 오래 가는 혈허풍조형
당귀, 백작약, 형개같은 약재를 통해 혈을 보하고, 피부 표면의 풍성 자극을 진정시킵니다. 기혈이 허하니 피부도 약해지고, 자꾸 가렵고 예민해지는 패턴이죠.
④ 위장이 약하고 반복되는 소화불량이 동반된 경우
창출, 복령, 진피등을 써서 내부의 습기를 제거하고, 소화기를 안정시킵니다. 이런 분들은 피부 문제가 장과 매우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습니다.
⑤ 스트레스만 받으면 뒤집히는 간울화열형
시호, 향부자, 치자처럼 간기의 울체를 풀고 열을 내려주는 약재가 들어갑니다. 화나는 걸 꾹 참다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몸이 벌게지며 가려워지는 패턴입니다.
4. 한약 치료의 장점
한약은 증상을 바로 억누르는 약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몸이 염증을 만들지 않게 설계해주는 약에 가깝습니다. 급성기에는 소염성 약재를 중심으로, 안정기에는 체질을 다스리고 재발을 줄이는 약재를 중심으로 쓰게 됩니다.
이건 마치 타는 불을 끄는 게 아니라 왜 자꾸 불이 나는지를 찾아 구조 자체를 바꾸는 일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연고처럼 바로 좋아지진 않아도, 조금만 지나면 가려움이 사라지고, 밤에 잠을 잘 자고, 다시 예전처럼 매일 진물이 나는 일이 줄어들게 됩니다.
5. 자주 묻는 질문들
Q. 스테로이드랑 병행해도 되나요?
가능합니다. 연고를 갑자기 끊으면 리바운드가 심하므로, 점진적으로 줄여가는 게 좋습니다.
Q. 어떤 체질이어야만 한약이 잘 듣나요?
아닙니다. 중요한 건 체질이 아니라 현재의 병태입니다.
Q. 장기 복용은 괜찮나요?
급성기에는 4~6주 집중치료, 이후 안정기에는 유지처방으로 조절 가능하며 안전성도 높습니다.
아토피는 피부에 나타나는 신호지만, 그 신호는 몸 안에서 일어난 불균형의 결과입니다. 한약은 이 신호를 가라앉히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이런 신호가 반복되는지를 몸 전체의 맥락 속에서 풀어가려는 치료입니다. 단순히 바르는 것이 아닌, 몸의 언어를 읽는 치료 그게 바로 아토피에 대한 한의학의 접근입니다.
필요한 건 즉각적인 억제가 아니라, 반복되지 않도록 만드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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