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만 타면 심장이 철렁… 추락하는 것은 비행기가 아니라 당신의 몸입니다

우리 몸의 불안 시스템은 '화재경보기'와 같습니다.

실제 불이 나면 울려서 우리를 보호하지만, 때로는 한겨울의 수증기에도 요란하게 울려 모두를 놀라게 합니다. 비행기 공황장애는 바로 이 '오작동한 화재경보기'입니다.

실제 위험이 없는데도, 뇌는 '지금 당장 죽을 수 있다'는 비상 신호를 온몸에 보내는 것입니다.

[CASE] 5년간 멈춰버린 하늘길

30대 초반의 컨설턴트 A씨는 중요한 해외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5년 전, 비행기에서 처음 공황발작을 겪은 이후 단 한 번도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KTX가 닿지 않는 곳은 그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곳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비행기 문이 닫히고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달릴 때, 심장이 터질 것처럼 빨리 뛰고 숨을 쉴 수가 없어요. 손발은 차가워지고 온몸이 떨리면서 '이대로 비행기가 추락하거나 내가 죽겠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증상을 심장마비나 뇌졸중의 전조증상으로 오해하지만, 실체는 다릅니다.

이 모든 극적인 변화의 시작은 아주 사소한 '호흡의 변화'에서 비롯됩니다.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단순히 '의지를 갖고 참아내라'는 조언은 이 상황에서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이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 오작동이라는 생리학적 폭풍에 휘말린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울리는 화재경보기를 향해 '정신력으로 버티라'고 외치는 것과 같습니다.

진짜 원인은 경보기 자체, 즉 우리 몸의 불안 조절 시스템에 있습니다. 비행기라는 밀폐된 공간과 '탈출할 수 없다'는 생각은 뇌의 편도체를 자극해 교감신경을 극도로 활성화시킵니다.

이때 우리 몸은 자신도 모르게 '과호흡' 상태에 빠져듭니다.

[생리학적 해석: 과호흡의 역설]

과호흡 증상은 불안할 때 숨을 짧고 빠르게 쉬는 현상입니다. 평소 1분당 12~20회 쉬던 호흡이 30회 이상으로 급증하면, 혈액 속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낮아집니다. 이산화탄소는 혈관을 적절히 확장시키고 뇌에 산소를 원활히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것이 부족해지니 뇌혈관이 수축하고 어지럼증, 손발 저림, 가슴 답답함 같은 기이한 신체 증상들이 연쇄적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폐쇄공포증 비행기 증상의 핵심적인 생리학적 기전입니다.

결국 '숨이 막힌다'는 느낌은 산소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역설적으로 너무 많이 쉬어서 생긴 '이산화탄소 부족' 현상입니다.

A씨가 느꼈던 죽음의 공포는, 바로 이 과호흡이 만들어낸 정교한 '신체적 착각'이었던 셈입니다.

그렇다면, 울리는 경보기를 끄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경보기가 '수증기'에 반응했다는 사실을 시스템에 알려주는 것입니다.

[내 몸의 조종석에 다시 앉기]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비행기는 안전하다'고 맹목적으로 되뇌는 것을 넘어, 내 몸의 '과호흡'을 인지하고 의식적으로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천천히 숨을 내쉬어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되찾는 이완요법 효과를 체득하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추락하는 비행기'라는 공포스러운 환상에서 벗어나, 내 몸의 조종석에 스스로 앉게 되는 공황장애 비행기 대처의 진정한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