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아토피, 단순한 피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몸속 '표리'의 이야기를 듣다

"선생님, 이 지긋지긋한 얼굴 아토피, 정말 나을 수 있을까요? 거울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나요. 사회생활도 위축되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두려워요. 뭘 발라도 그때뿐이고, 자꾸만 도져요."

제가 진료실에서 뵙는 많은 환자분들이 건네는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특히 30대 여성분들 중에는 얼굴에 나타나는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해 깊은 좌절감과 외모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굴은 자신감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부위이기에, 가려움과 붉은 염증이 반복될 때마다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얼굴 아토피, 왜 자꾸만 도지고 나아지지 않는 걸까요?


많은 분들이 피부에 좋다는 연고, 보습제를 꾸준히 사용하시지만, 잠시 좋아지는가 싶다가도 작은 스트레스나 환경 변화에 다시 붉어지고 가려워지는 경험을 반복합니다.

저는 이런 환자분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단순히 피부 표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얼굴 아토피를 악화시키는 세 가지 핵심 요소

제가 임상에서 파악한 단서들을 종합해 보면, 얼굴 아토피는 흔히 세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고 악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1. 면역 불균형: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과민하게 반응하여 염증을 유발합니다.

2. 스트레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면역 체계를 교란시키고 염증 반응을 더욱 부추깁니다.

3. 피부 장벽 기능 저하: 외부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야 할 장벽이 무너지면서 유해 물질이 쉽게 침투하고 수분은 빠르게 증발하게 됩니다.

이 세 가지 요소가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면서, 얼굴 아토피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상한론의 '표리(表裏)' 관점으로 본 얼굴 아토피


제가 한의학 고전인 『상한론(傷寒論)』을 공부하면서 항상 감탄하는 부분은, 2천 년 전에도 이미 우리 몸을 하나의 유기체로 보았다는 통찰력입니다. 『상한론』에서는 병의 원인과 진행을 '표(表)'와 '리(裏)'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표'는 겉을 의미하고, '리'는 속을 의미합니다.

얼굴에 나타나는 가려움, 염증 같은 피부 증상은 '표'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표'의 문제가 단순히 '표'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리', 즉 우리 몸속 내부 환경의 불균형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중요한 관점입니다.

마치 연못의 수면과 바닥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수면(표)이 더러워졌다면 단순히 쓰레기만 걷어낼 것이 아니라, 바닥(리)의 오염원을 제거하고 물의 흐름을 바꿔주어야 근본적으로 깨끗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즉, 면역 불균형, 스트레스, 피부 장벽 기능 저하와 같은 내부적인 문제, 다시 말해 '리'의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표'에 나타나는 얼굴 아토피 증상은 끊임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한의학적 치료: 피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찾아주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리'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한의학적 치료는 단순히 가려움을 억제하거나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집중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환자분의 목소리, 피부의 색깔과 열감, 소화 상태, 수면 패턴 등 모든 단서를 종합하여 개개인의 몸의 전체적인 균형을 회복하는 데 주력합니다.

몸속 '리'를 다스리는 맞춤 처방

저는 처방을 할 때, 단순히 아토피에 좋다는 약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분의 '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합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로 인해 속열이 많은 분에게는 열을 내리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약재를, 소화기능이 저하되어 면역력이 약해진 분에게는 위장 기능을 강화하는 약재를 사용하여 몸속 환경을 개선합니다.

이렇게 '리'를 건강하게 만들면, 우리 몸은 스스로 피부 스스로의 회복력을 되찾게 됩니다.

면역 체계가 조화를 이루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커지며, 손상되었던 피부 장벽 기능이 점차 회복되면서 얼굴 아토피 증상이 완화되고 재발률도 낮아지는 것을 임상에서 자주 목격합니다.

제가 진료했던 30대 여성 환자 A님도 비슷한 경우였습니다. 만성적인 얼굴 아토피로 인해 대인기피증까지 생길 지경이었죠. 하지만 몸속의 '열독(熱毒)'을 해소하고 소화 기능을 개선하는 한약 치료와 함께 생활 습관을 교정해나갔습니다. 몇 달이 지나자 얼굴의 붉은 기와 가려움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무엇보다 A님 스스로 "이제는 거울을 볼 용기가 생겼어요!"라며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얼굴 아토피는 결코 혼자 감당해야 할 고통이 아닙니다.

혹시 반복되는 피부 문제로 지쳐 있는 분이 계시다면, 이제는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 너머, 몸속 '표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시기를 권합니다.

스스로 회복의 주체로 나서는 모든 분의 얼굴에 다시 환한 미소가 피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